뉴저지한국학교 10주년 기념공연 화제

뉴저지 한국학교 어린이합창단의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이 뉴욕 맨해튼에 있는 세계적인 공연장 카네기홀에서 21일 성대하게 펼쳐졌다.
황현주 단장에 의해 지난 2015년 창단돼 매년 정기공연을 가져 온 뉴저지 한국학교 어린이 합창단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 초청되어 백악관에서 공연을 갖기도 했고, UN본부에도 수차례 초청되어 평화의 사절(使節)로도 그 역할을 해왔다. 뿐만 아니라 뉴욕을 연고로 하는 메이저리그 야구팀 뉴욕 메츠의 홈구장 씨티필드에서 경기 전 열린 코리안 나이트 행사에 초청되어 애국가와 미국 국가를 합창하는 등 여러 국제적인 문화행사에서 뉴욕과 뉴저지를 대표하는 어린이 합창단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뿐만 아니라 소외된 이웃을 찾아 양로원 등과 같은 곳을 방문해 합창으로 사랑과 위로를 전하기도 했으며, 코로나로 공연이 어렵던 시기에는 유튜브와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합창으로 세상에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아름다운 활동도 펼쳐 왔다.

뉴저지 한국학교 어린이 합창단은 비단 한국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뉴욕과 뉴저지에서 활동하는 미국의 어린이 합창단들 중에서도 최고의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다. 카네기홀에서 열린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은 뉴저지 한국학교 어린이합창단의 이러한 위상을 너무나도 뚜렷이 입증해 준 공연이었다. 아이들의 합창이고 뉴저지라는 ‘지역’의 ‘한국학교 부설 합창단’이라는 지역적, 규모적 한계를 ‘감안해’ 들어줘야 할 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그야말로 모두의 예상과 기대치를 통렬하게 뛰어넘는 높은 수준의 합창이었다.
카네기홀 내 젠켈 홀의 6백석을 거의 메운 관객들은 레퍼토리 중 첫 곡이 끝나면서부터 이미 아이들이 들려주는 합창에 마법(魔法) 같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두번째 곡 ‘Why We Sing’에서는 벌써부터 감동으로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의 흐느낌이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인데 어쩌려고 저러나’ 싶은 걱정 아닌 걱정까지 들었다는 게 함께 공연을 지켜보던 관객의 후일담이다.
뉴저지 한국학교 어린이 합창단의 대표 곡은 크로스오버 가수 신문희가 불러 유명해진 ‘아름다운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날 10주년 기념공연에서도 역시 이 곡이 불렸고 그 합창은 그야말로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피아노 전주가 시작되자마자 이 어린이 합창단의 공연을 여러 번 본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고 노래가 끝났을 때 분위기는 절정에 다다른 듯 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플루트 4중주의 연주로 잠시 분위기를 식힌 공연은 ‘하늘 바라기’, ‘아름다운 세상’ 등 노랫말이 아름다운 가요들로 이어지며 감동을 더했고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나는 반딧불’이 불릴 때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관객들이 전화기의 플래시를 켜고 호응했다. 이 노래가 불리는 동안 관객들의 눈물과 환호, 함성과 박수갈채로 그 어느 음악회에서도 보기 어려운 열광적인 분위기가 연출 됐다. 이 합창 공연이 아이돌 스타들의 콘서트가 아니라는 사실, 관객들도 10대 청소년들이 아닌 대부분 중,장년의 성인들이라는 사실이 혼돈스러워지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뜨거운 호응이었다.
분명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어우러진 공연 임에도 관객들이 보인 반응은 아이들의 대견함에 흐뭇한 박수와 응원을 보내는 학예회(學藝會)에서의 그것이 아니었다. 높은 수준의 합창에 의해 촉발된 관객들의 본능적이고 정직한 반응이었다. ‘빈소년 합창단’이나 ‘파리 나무십자가’ 어린이 합창단이라면 이런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오랜 시간 문화행사를 취재해온 기자도 이 두 세계적인 어린이 합창단의 공연에서조차 이같이 열광적인 반응을 본 기억이 없다. 중,장년의, 그것도 수줍기로 소문난 한국인 관객들을 아이돌 스타 공연의 십대 청소년 관객처럼 열광케 한 뉴저지 한국학교 어린이 합창단의 위력이요 믿기 어려울 만큼 높은 음악적 수준이었다.
정해진 레퍼토리가 모두 연주된 후에 터져 나온 관객들의 앙코르 연호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앙코르곡이 불리기 시작했을 때 카네기홀은 이미 공연장이 아닌 축제의 마당으로 바뀌어 있었다. 선곡에 있어서도 어린이 합창단이 갖는 전형성을 피하고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레퍼토리들로 꾸며 공감과 감동을 더했다는 평가다.
특히 앙코르곡, ‘내가 바라는 세상’에서 솔로이스트 심이안 군의 랩 솔로 파트가 불리자 팝 콘서트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그야말로 ‘힙한’ 추임새가 객석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합창단과 관객이 완벽하게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이었고 흥겹지만 질서 있는 축제의 현장 그 자체였다.

공연이 끝나고 빠져나가기도 어려울 만큼 기념촬영을 하는 관객들로 로비가 붐볐다. 여기서 기대하지 않았던 한 관객의 전문적 견해를 들을 기회가 있어 그와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대학에서 음악을 가르치며 뉴욕을 방문할 때마다 합창과 오케스트라 공연을 즐겨 찾는다는, 한국의 모 대학 교수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관객은. 이번 어린이 합창단의 공연을 ‘깜짝 놀랄 만큼 수준 높은 음악적 완성도’라고 평가했다. 뉴저지 한국학교 어린이합창단의 ‘전문성’을 칭찬한 것이다.
‘보통 어린이 합창단이라고 하면 ‘순수함’이나 ‘어린이 다움’을 강요하기 쉬운데, 이는 ‘합창’이라는 음악의 형태를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데서 비롯된 고정관념이요 음악적으로 달성되기 어려운 막연한 목표’라는 게 이 관객의 지적이었다. 어린이 합창의 가장 큰 감상 가치는 변성기(變聲期)가 지나지 않은 아이들의 미성을 극대화해 화음을 만들어내는 ‘음악적 아름다움’에 있다는 것이다. 음악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들의 ‘순수한’ 또는 ‘아이 다운’ 소리를 기대한다면 굳이 합창을 듣지 말고 집에서 자기 아이의 노래를 듣거나 학예회에 가면 된다는 냉철한 견해도 밝혔다.
이 관객은 뉴저지 한국학교 어린이 합창단의 수준 높은 합창이 전문성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그런 면에서 단장이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지휘자에게 지휘봉을 맡기고 합창단의 취지를 지켜 나가는 동시에 음악의 수준까지 높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여실히 보인다고 평했다. 이 관객은 또 ‘이런 합창 공연에 무료로 입장했다는 사실이 미안할 정도’라며 ‘비싼 입장료를 내고서라도 다시 보고 싶은 합창 공연’이라며 흡족한 미소와 함께 말을 맺었다.

황현주 단장
이처럼 세계적인 공연장 카네기홀에서 열린 뉴저지 한국학교 어린이합창단의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은 모든 이들의 예상과 기대를 훨씬 뛰어 넘은 수준 높은 음악회로 또 그 의미에 있어서도 기념비적인 공연으로 막을 내렸다. “설립자이며 단장으로 지난 10년 간 이 합창단을 헌신적으로 이끌어 온 황현주 단장,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지도로 아이들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소리와 화음을 만들어 낸 강혜영 지휘자, 헌신적으로 이 두 사람을 보좌한 한송이 피아니스트의 노고가 오늘 확인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과 찬사로 보람을 얻었으면 한다”며 단원의 어머니라고 자신을 밝힌 어느 관객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글 박성윤 칼럼니스트(美코네티컷) | 음악교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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