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전(百年前) 오늘 신문<33>
Newsroh=륜광輪光 newsroh@gmail.com
일제 식민지가 된 이후 수많은 농민들이 만주 간도로 쫒기듯 이주했다. 백년전 신문을 보기 전까지는 막연히 일제의 수탈로 인해 먹고 살기 힘들어서 그런 것으로 생각했다. 예로부터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땅을 목숨처럼 여긴 우리 민족이 나고 자란 터전을 떠나 물 설고 낯 선 타지로 간다는 것은 예삿 일이 아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백년전 신문에 그 답이 있었다. 1924년 4월 24일 동아일보는 ‘농촌의 일본화(日本化)’ 기사에서 “해마다 일본인의 이민이 늘어감을 따라 조선 사람은 농촌에서도 살 수가 없이 되고 농촌까지 일본화 하는 것은, 우리의 눈 앞에 보이는 현상 중에 가장 중대한 것의 하나이다. 이제 황해도 재령군 북률면에서는 동양척식 회사의 이주민으로 인하여 1천여 호의 농민이 농토를 잃고 할 수 없이 산 설고 물 설은 북만주와 서백리아로 쫓겨가게 되는 참극이 일어났다 한다. 우리는 이러한 참혹한 소식을 들은 일이 결코 한 두 번이 아니요 이러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우리의 가슴은 뛰고 우리의 피는 끓는다”고 분기탱천 했다.
이어 “아! 쫓겨가는 형제여! 쫓아 보내는 사람이 누구인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자. 그들은 일본 옷을 입었으니 일본 사람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들은 일본 사람이라는 것보다 특권의 종이다. 그들은 특권을 옹호하기 위하여 사람의 길을 버리고 정신없이 헤매이는 판이다. 아! 형제여! 이를 갈자. 특권과 그들의 종을 위하여”라고 각성을 촉구했다.
동아는 이날 러시아에서 태어난 2세로 1차대전에 혁혁한 공을 세운 김시윤의 귀국을 기념하는 활동사진(다큐영상) 상영을 단성사 극장에서 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김시윤은 “구주대전(歐洲大戰; 제1차 세계대전)에 노서아 참령(參領)으로 전쟁에 나가 혁혁한 무훈(武勳)을 나타냈으며, 따라서 조선 사람의 무용(武勇)을 세계에 자랑하게 되었던 바, 이번에 다행히 기회를 얻어 한 번도 밟지 못한 고국의 땅을 밟게 되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대체 구경이라면 왜 그렇게들 좋아하는지’ 제하의 기사에서 창경원이 벚꽃 구경을 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는 소식을 보도하며 “개최 전부터 악수와 『키쓰』는 용서한다고 하는 말을 들은 까닭인지 소위 여학생처럼 꾸민 여자들이 함부로 남자와 악수를 하고 다니는 것도 가관(可觀)! 그러나 저러나 절약시대라고 떠드는 분들은 구경도 되도록 절약하는 것이 어떠할는지”라고 탄식했다.
그시절 감히 중인환시리(衆人環視裡 모두가 보는 앞)에 ‘키쓰’를 하는 이들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백년전 도하 신문에 ‘키쓰’라는 용어가 쓰인 것 자체가 경천동지(驚天動地) 할 일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조선은 4월 25일 ‘전조선 학생 육상경기대회’가 조선학생회 주최로 5월 10일부터 양일간 장충단에서 20여 종의 재미있는 경기를 할 터’라고 알렸다. 그런데 종목 이름이 흥미롭다. 100미터 달리기는 ‘100미돌(米突) 경주’ 마라톤은 ‘마라손 경주(45,190미돌)’ 110미터 허들 달리기는 ‘110미돌 고(高) 허-들레스’ 높이뛰기는 ‘주고도(走高跳)’다,
그밖에 ‘주폭도(走幅跳 제자리멀리뛰기)’, ‘입고도(立高跳 제자리 높이뛰기)’ ‘입폭도(立幅跳; 제자리멀리뛰기)’ 등 현재는 없는 종목들도 눈에 띈다. 또한 번외(番外)경기로 맹아(盲兒) 경주와 보통학교(초등학교) 학생들의 양인삼각(兩人三脚) 여학생 연합 체조 등 운동회에서 봄직한 경기들도 열렸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수원군 남양(南陽)공립보통학교의 일본인 교장이 젊은 여교사를 성추행한 사건을 보도, 독자들을 분노케 했다. “그 학교 교장 시첨평장(柿添平藏)은 자기 집에 주연(酒宴)을 배설(排設)하고 손님을 대접하면서, 교원으로 있는 이성종(李聖鍾)양을 부르므로 무슨 일인가 하고 교장의 명령이라 어길 수 없어 연석(宴席)에 들어감에, 교장은 여러 손님에게 대하여 술을 부으라 하므로 마지 못하여 몇 잔을 붓고 나니까, 교장은 또다시 손목과 등을 어루만지며 무례한 행동으로 막 『히야까시(ひやかし)』로 판을 짜는 고로 뜻밖에 이러한 모욕을 당한 이성종 양은 몸서리가 쳐져서 그만 술잔을 놓고 눈물을 흘리고 뛰어 나왔었는데, 강직한 여교원은 아직 처녀의 몸이요 상당한 가정에서 자라난 사람으로 그 광경을 당하고 나서 생각하기를, 당초에 주석(酒席)으로 청하여 작부(酌婦)로 대우하는 것도 내심 분하거니와 무리한 행동까지 한 것이 통분하므로...도저히 그 학교에는 있을 수 없다 하여 미구(未久)에 떠날 작정이라 하며.. 일반 학부형은 대단히 분개히 여겨 의논이 분분한 중 교장의 행동을 비난한다더라.”
아카이빙 전문매체 근대뉴스(http://www.19c.co.kr/) 가 제공하는 백년전 기사를 소개한다.
☯ 농촌의 일본화(日本化) (1924.04.24.) 동아일보
쫓겨 가는 조선인의 분원(忿怨)

◊ 해마다 일본인의 이민이 늘어감을 따라 조선 사람은 농촌에서도 살 수가 없이 되고 농촌까지 일본화 하는 것은, 우리의 눈 앞에 보이는 현상 중에 가장 중대한 것의 하나이다.
◊ 이제 황해도 재령군 북률면에서는 동양척식 회사의 이주민으로 인하여 1천여 호의 농민이 농토를 잃고 할 수 없이 산 설고 물 설은 북만주와 서백리아로 쫓겨가게 되는 참극이 일어났다 한다. 우리는 이러한 참혹한 소식을 들은 일이 결코 한 두 번이 아니요 이러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우리의 가슴은 뛰고 우리의 피는 끓는다.
◊ 조상 적부터 정들은 고토(古土)는 낯설은 사람에게 모조리 빼앗기고 지향(指向)도 없이 쫓겨가는 형제의 정경을 생각할 때에 우리는 오직 하늘을 우러러 강자(强者)의 횡포함을 저주할 뿐이다.
◊ 다 같은 사람임에 다 같이 살아야 할 것이요 다 같이 살기 위하여는 다 같은 권리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때 이 땅에는 이와 같은 바른 길을 걷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그들은 오직 특권(特權)의 종이 되어 특권으로 사는 동시에 사람으로는 죽은 지가 이미 오래이다.
◊ 아! 쫓겨가는 형제여! 쫓아 보내는 사람이 누구인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자. 그들은 일본 옷을 입었으니 일본 사람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들은 일본 사람이라는 것보다 특권의 종이다. 그들은 특권을 옹호하기 위하여 사람의 길을 버리고 정신없이 헤매이는 판이다. 아! 형제여! 이를 갈자. 특권과 그들의 종을 위하여.
☯ 노서아(露西亞) 참령(參領) 김시윤(金時允)군 (1924.04.24.) 동아일보
내일부터 귀국 기념 활동사진

노서아(露西亞)에서 출생하고 노서아에서 자라난 김시윤 씨는 지난 구주대전(歐洲大戰; 제1차 세계대전)에 노서아 참령(參領)으로 전쟁에 나가 그의 혁혁한 무훈(武勳)을 나타냈으며, 따라서 조선 사람의 무용(武勇)을 세계에 자랑하게 되었던 바, 이번에 다행히 기회를 얻어 한 번도 밟지 못한 고국의 땅을 밟게 되었다. 그는 시베리아 연해주 『연추(煙秋); 시모노보(Симоново, Simonovo)』라는 곳에서 출생하였으며 여러 가지로 고생을 겪어 노서아 소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중학교를 졸업한 후, 18살 되는 때에 노서아 보병대 이들졸로 입영하여 그의 성적을 나타낸 결과 점차 승진하여 필경은 구주대전까지 치르고 훈공(勳功)으로 육군 참령까지 되었는데, 이번에 고국을 방문하여 그 선물로 그가 친히 전쟁에 나아가 여러 가지로 경험한 구주대전의 활동사진과 기타 노서아 풍속과 『니콜라이 2세』의 관병식(觀兵式) 등을 가지고 와서 시대일본 후원으로 오는 25일와 26일에 낮에는 단성사에서 밤에는 종로 중앙청년회관에서 상연할 터이라 하며, 그는 22일 저녁에 경성에 들어와 어제 23일에는 각 신문사와 관청을 방문하였더라.
☯ 소녀 모집 (1924.04.24.) 동아일보

☯ 대체 구경이라면 왜 그렇게들 좋아하는지 (1924.04.24.) 조선일보

벚꽃이 한참 번화한 창경원 안은 요사이 주야로 벚꽃 구경보다 살아있는 꽃 구경이 더욱 재미있던 걸. 그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들어간 사람이 모두 18,000여 명이라든가. 그러면 이왕직(李王職)에서는 하루에 1,800원의 이익을 얻은 모양이지. 그런데 그중에는 일본인도 많이 있는 터이나 조선 사람이 대부분이다. 한 사람이 10전씩 내는 것은 많지 않은 듯하나 것을 합하면 얼마나 되느냐 말이야. 살림들은 어렵다고 야단을 하면서 대체 구경이라면 왜 그렇게들 좋아하는지. 그것도 조선 사람에게는 적지 않은 걱정거리. 개최 전부터 악수와 『키쓰』는 용서한다고 하는 말을 들은 까닭인지 소위 여학생처럼 꾸민 여자들이 함부로 남자와 악수를 하고 다니는 것도 가관(可觀)! 그러나 저러나 절약시대라고 떠드는 분들은 구경도 되도록 절약하는 것이 어떠할는지.
☯ 전조선 학생 육상경기대회 (1924.04.25.) 조선일보
조선학생회 주최로
5월 10일부터 양일간 장충단에서
20여 종의 재미있는 경기를 할 터

조선학생회의 주최로 5월 10일, 11일 양일간 장충단공원에서 전조선 학생 육상경기대회를 개최하고 자 준비에 노력한다 함은 이미 보도한 바어니와, 그동안 준비도 차차 완성되는 중이라는데 그 신청 방법과 경기 종류는 다음과 같이 한다더라.
-. 참가 자격 : 소학교, 중학교, 전문학교 재학생에 한함.
-. 신청 기일 : 4월 20일부터 5월 5일까지
-. 신청 장소 : 경성부 견지동 80번지 조선학생회로 (단, 전문학교 학생은 각 학교의 조선학생회 집행위원에게 전달할 것)
-. 경기 제한 : 1인에 경기 4종 이내로 함.
-. 경기 종목과 인원
(1) 100미돌(米突) 경주 : 100명
(2) 200미돌 경주 : 100명
(3) 400미돌 경주 : 100명
(4) 800미돌 경주 : 50명
(5) 1,500미돌 경주 : 50명
(6) 5,000미돌 경주 : 30명
(7) 마라손 경주 (45,190미돌) : 100명
(8) 110미돌 고(高) 허-들레스 : 30명
(9) 200미돌 저(低) 허-들레스 : 30명
(10) 주고도(走高跳; 높이뛰기) : 50명
(11) 주폭도(走幅跳; 멀리뛰기) : 50명
(12) 입고도(立高跳; 제자리높이뛰기) : 50명
(13) 입폭도(立幅跳; 제자리멀리뛰기) : 50명
(14) 투창(投槍) : 30명
(15) 원반투(圓盤投) : 30명
(16) 포환투(砲丸投) : 30명
(17) 400미돌 리레-레스(릴레이) (1조 4명) : 12조
번외(番外)
(1) 맹아 경주 : 100명
(2) 양인삼각(兩人三脚) : 100명, 단 보통학교 생도에 한함
(3) 여자 100미돌 경주 : 50명
(4) 여학생 연합 체조 : 약간 조(組)
(5) 보통학교 생도 연합 체조 : 5조(組)
(6) 기타 유희
단, 강령(綱領), 순서, 경기 규칙과 기타 주의사항은 추후 발표함. 선수는 필히 운동복, 유니폼을 착용할 것.
☯ 교장의 무례한 행동에 여자 교원이 분개 (1924.04.25.) 조선일보
남양공립보통학교
필경은 사직을 하겠다고

지난달 25일은 수원군 남양(南陽)공립보통학교에 졸업식이 있었는데 식을 마친 후 그 학교 교장 시첨평장(柿添平藏)은 자기 집에 주연(酒宴)을 배설(排設)하고 손님을 대접하면서, 그 학교에 교원으로 있는 이성종(李聖鍾)양을 부르므로 무슨 일인가 하고 교장의 명령이라 어길 수 없어 연석(宴席)에 들어감에, 교장은 여러 손님에게 대하여 술을 부으라 하므로 마지 못하여 몇 잔을 붓고 나니까, 교장은 또다시 손목과 등을 어루만지며 무례한 행동으로 막 『히야까시(ひやかし)』로 판을 짜는 고로 뜻밖에 이러한 모욕을 당한 이성종 양은 몸서리가 쳐져서 그만 술잔을 놓고 눈물을 흘리고 뛰어 나왔었는데, 강직한 여교원은 아직 처녀의 몸이요 상당한 가정에서 자라난 사람으로 그 광경을 당하고 나서 생각하기를, 당초에 주석(酒席)으로 청하여 작부(酌婦)로 대우하는 것도 내심 분하거니와 무리한 행동까지 한 것이 통분하므로, 그는 휴가를 이용하여 그 이튿날 경성 인의동 15번지 자기 집에 올라가서 다시 오지 아니 할 뜻을 두었는데 교장은 그 내용을 알고 뒷구멍으로 무슨 운동을 하기에 노력하였다 하며, 여교원은 학교를 위하여 원만한 태도로 사직하겠다는 뜻을 두고 그 후에 내려와서 방금 교수하는 중이나 도저히 그 학교에는 있을 수 없다 하여 미구(未久)에 떠날 작정이라 하며 이로 인하여 가뜩이나 힘없는 여자부는 어찌 될는지. 일반 학부형은 대단히 분개히 여겨 의논이 분분한 중 교장의 행동을 비난한다더라. (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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