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전(百年前) 오늘 신문<27>
Newsroh=륜광輪光 newsroh@gmail.com
한세기전에 유행성 감모(感冒)라는 변종감기가 유행했다. 오늘날 코로나바이러스 만큼은 아니더라도 두통(頭痛), 비색(鼻塞), 오한발열(惡寒發熱) 등이 나타나는 '감모'를 당시 사람들은 꽤나 두려워 했던 모양이다.
1924년 4월 14일 매일신보는 충청남도에서 유행성 감모가 창궐하자 사람들 사이에 기괴한 미신이 유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매일신보는 “근년의 유행성 감모는 3년 만에 유행하는 것으로 1919년에는 맏형이 걸리고 1921년에는 둘째 형되는 사람이 걸리고 1924년에는 끝에 아우되는 사람에게로 전염하는 것인 즉, 금년에는 맏형과 둘째 형 되는 사람에게는 전염치 아니하고 끝 아우되는 사람에게만 걸리는 터인 즉, 만일 이 병에 걸린 자로 속히 치료를 하지 아니하면 반드시 사망한다”는 풍설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 웃지못할 일은 감모 예방에 보신탕이 특효라는 것이다. 신문은 “개장국(견즙(犬汁))을 먹는 것이 제일 묘약이라 하여 근일에 개장국 장사가 비상히 많다 하며, 부여군 초촌면의 음식점에서는 매일 큰 가마에 개국만 끓여서 대규모로 판매한다 하므로, 관할 경찰서에서는 전말을 조사하여 엄중히 취체한다더라”고 덧붙였다. 삼복더위도 아닌데 변종감기로 견공들이 안타까운 수난을 겪었으리라.
같은 날 조선일보는 안국동의 양반집 20대 유부녀가 문밖 출입이 잦다가 외간남자와 방탕히 놀던 중 남편에 의해 이혼소송을 당했다는 소식을 실었다.
동아일보는 4월 15일 안중근 의사의 사촌인 안명근 지사에 관한 속보를 게재했다. <백년전 오늘 신문> 6회에서 소개한 바 있는 안명근 지사는 1909년 10월 안중근의사가 이등박문을 처단한 직후 북간도로 가서 양병학교(養兵學校)를 설립, 독립군을 양성할 계획을 세웠으나 이 과정에서 민병찬·민영설 등이 헌병대에 밀고하여 1910년 12월 평양에서 체포된 인물이다.
동아일보는 안명근 지사가 15년을 복역하고 4월 9일 석방됐다며 “신천역에 도착해서 시름겨운 부인과 재종(再從)들의 친족, 그의 공범이던 배경진(裵敬鎭)씨를 위시하여 수십 명의 친우가 환영하여 일희일비의 감개 깊은 광경을 연출하였다”고 전했다. 안명근 지사는 환영인파에 눈물어린 감사를 표하며 “도시 모든 것이 꿈속 같습니다. 15년 동안이나 된 철창을 벗어나 다시 이러한 기회가 있어 고향의 산천을 밟고 정든 친구들을 뵈올 줄은 천만 의외이올시다”라고 말했다.
아카이빙 전문매체 근대뉴스(http://www.19c.co.kr/) 가 제공하는 백년전 기사를 소개한다.
☯ 축견(畜犬)의 액년(厄年) (1924.04.14.) 매일신보
유행 감기에 개장국이 좋다는 풍설에

충청남도에서는 지금 유행성 감모가 창궐하여 일반 조선인 사이에서는 아직도 미신에 잠겨 여러 가지 풍설이 유행되는 모양인데, 그 중에도 가장 괴상한 풍설은 근년의 유행성 감모는 3년 만에 유행하는 것으로 마치 개제적(階梯的)으로 1919년에는 맏형이 걸리고 1921년에는 둘째 형되는 사람이 걸리고 1924년에는 끝에 아우되는 사람에게로 전염하는 것인 즉, 금년에는 이 순서에 의하여 맏형과 둘째 형 되는 사람에게는 전염치 아니하고 끝 아우되는 사람에게만 걸리는 터인 즉, 만일 이 병에 걸린 자로 속히 치료를 하지 아니하면 반드시 사망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예방책으로 개장국(견즙(犬汁))을 먹는 것이 제일 묘약이라 하여 근일에 개장국 장사가 비상히 많다 하며, 더욱이 부여군 초촌면의 음식점에서는 매일 큰 가마에 개국만 끓여서 대규모로 판매한다 하므로, 관할 경찰서에서는 사실의 전말을 조사하여 엄중히 취체한다더라.
☯ 문밖 출입이 잦다가 이혼 소송을 만났다 (1924.04.14.) 조선일보
양반집 부인으로

시내 황금정 1정목 145번지 재산가 김원백(金源白)시는 시내 안국동 134번지 오인경(吳仁卿·25)이라는 여자를 상대로 경성지방법원 민사부에 이혼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이제 그 소송의 내용을 보면 원고는 이로부터 6~7년 전에 피고와 결혼을 하여 동거해 오던 바, 원고의 집안으로 말하면 약 50만 원의 재산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문벌(門閥)도 있는 터인 즉 주목되는 피고로서는 행동을 매우 상당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친척의 집에 간다고 빙자한 후 바깥 출입이 빈번하므로 원고는 항상 그의 행동을 이상히 생각하여 오던 터인데, 작년 어느날 밤에는 술이 매우 취하여 집에 들어와서 구토를 하므로 원고는 그 원인을 묻는 동시에 부정한 행동이 있음을 확실히 알고 엄숙히 전후 사실을 조사해 본 즉, 피고는 불량한 청년들과 시외 안정사(安靜寺)로 가서 방탕히 놀고 난 끝에 그와 같은 짓을 한 것으로 판명되었는데, 이에 의하여 볼지라도 피고의 행동이 얼마나 남의 본처된 도리에 벗어났음을 가히 알 수가 있어서 도저히 그 여자와는 평생 해로(偕老)할 희망이 없으니 이혼을 해 달라는 것이라더라.
☯ 아무리 과학 만능 시대라도 버릇도 좀 가르쳐야 (1924.04.14.) 매일신보

그제 12일 밤에 경운동 천도교당에서 조선소년군 주최로 소년소녀의 웅변대회가 있었는데, 대회를 마치고 변사들을 종로 서양요리점 태서관으로 청하여 밤참을 대접하는 중 옆방에서 고등○업학교 학생 하나가 튀어 들어와서 여학생의 손목을 잡고 제 방으로 들어가자고 끌어 내려하여 야단이 일어날 뻔 하였다던가. 그 학생은 술이 취하였었더라니까 다소간 용서할 점도 없지는 않지만 학생의 신분으로 요리점에서 술을 먹고 주정이 다 무엇이야. 근일 시내각처에서 지나가는 남의 부인과 여학생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고 달아나는 자가 종종 있는 것도 이러한 학생의 소위가 아닌지. 아무리 과학 만능 시대라도 버릇도 좀 가르쳐 두어야 할 걸.
☯ 안명근(安明根)씨 신천(信川) 도착 (1924.04.15.) 동아일보
일희일비(一喜一悲)의 향관(鄕關)
경찰 관헌의 환영회 금지

경술년(庚戌年) 12월 입감 이후로 꽃 피고 낙엽 지는 전후 15년 동안을 경성형무소 철창에서 세월을 보내다가 지난 9일에 다시 광명한 천지에서 정든 산천과 사랑하는 동포를 보게 된 안명근 씨는, 11일 아침 경성에서 출발하였다는 말을 듣고 본 신천에서는 친척 외에 다수한 인사가 출영하였으나 사리원에서 지체한 까닭에 섭섭히 돌아왔으며, 12일에 도착하리라는 생각으로 중도까지 맞으러 나온 사람이 많았는데 안씨는 차중(車中)에서 파리한 얼굴에 눈물이 어리고 목이 메인 소리로 “이와 같이 나와 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어제 이곳을 도착하기로 예정은 하였으나 사리원에서 여러 분이 서흥(瑞興)까지 나오셔서 환영을 하시고 부득불 자게 되어 오늘이야 오게 되는데, 또한 이렇게 여러분이 나와 주시니 감사한 끝에 오히려 미안합니다. 도시 모든 것이 꿈속 같습니다. 15년 동안이나 된 철창을 벗어나 다시 이러한 기회가 있어 고향의 산천을 밟고 정든 친구들을 뵈올 줄은 천만 의외이 올시다.” 오후 4시 신천역에 도착해서 시름겨운 부인과 재종(再從)들의 친족, 그의 공범이던 배경진(裵敬鎭)씨를 위시하여 수십 명의 친우가 환영하여 일희일비의 감개 깊은 광경을 연출하였다. 안명근 씨가 돌아오게 된다는 소식을 들은 신천 시내 유지 일동은 유량(嚠喨)한 양악(洋樂)을 선두로 하여 산자수명(山紫水明)한 화산(花山)에서 다과회를 개최하려고 하였으나 당국의 엄금(嚴禁)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안씨는 부인 친족들과 같이 신천 여관에서 하룻밤을 쉰 뒤에 이전에 거주하던 청계동으로 출발하게 되었는데, 그의 부인은 매우 침울한 낯으로 기자에게 향하여 “저는 어떻다고 말씀할 수가 없습니다. 그이가 옥중에 있을 때에 풍문으로 혹은 죽었느니 감형이 되었느니 하는 소식은 있었으나 이와 같아 다시 만나기는 꿈 밖이 올시다.” (신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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