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화속으로(감독 이재한)’가 뉴욕 등 미 동부 극장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미주 14개 도시 20개관에서 개봉된 ‘포화속으로’가 뉴욕 퀸즈와 뉴저지 리지필드팍, 애틀랜타 등 총 7개관에서 주말관객 수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급사인 JS미디어(대표 제이 정)는 3일 “7개관은 물론, 나머지 극장들의 관객성적도 역시 상위에 랭크됐다”고 밝혔다.
영어제목 ‘71 Into the Fire)라는 제목으로 미국 최대의 극장체인 AMC에 걸린 ’포화속으로‘는 당초 헐리우드 대작인 ‘인셉션’과 ‘솔트’ 등에 밀려 소형상영관에 배정됐지만 좌석이 매진되는 등 기대이상의 흥행을 보이자 이튿날부터 큰 상영관으로 옮겨 상영됐다.
퀸즈 베이테라스 AMC의 경우 가장 큰 상영관에서 ‘포화속으로’를 상영하고 있다. 물론 미 전역의 수천개 상영관에 배급되는 블록버스터들과 단순 비교할 수 없지만 여름 성수기에 외국 영화가 헐리우드의 흥행작들을 누르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어서 AMC 관계자도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JS미디어의 제이 정 대표는 “한인 관객들도 10대부터 80대에 이르기까지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폭넓은 연령층을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한국어에 서툰 2세, 3세와 미국인 관객들도 영화에 깊이 몰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영화의 완성도와 함께 대사 자막을 외국인과 2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기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제이 정 대표는 “그간 미국서 개봉한 한국영화들이 너무 한국적 정서에 의존한 대사와 장면들이 많았던 반면 ‘포화속으로’는 제작단계서부터 아카데미상 후보 노미네이트를 목표로 한 작품이기 때문에 폭넓은 호응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맨해튼 42가의 AMC에서 만난 콜린 씨(20)는 “친구의 소개로 한국영화를 처음 봤는데 대단하다. 액션과 감동이 어우러진 최고의 영화였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텍사스에서 휴가차 방문한 뉴욕에서 우연히 포화속으로 본 제프 차베스씨는 “미국학교에서는 한국전쟁을 베트남전쟁에 비하면 잘 안가르친다. 미국인들도 ‘잊혀진 전쟁’이라고 하는데 한국전쟁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정말 멋지다”고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JS미디어의 제이 정 대표는 한국영화에 대한 무한애정과 뚝심으로 미주 AMC체인 상영의 새로운 장을 연 주인공이다. 2009년 2월 28일. 영화 ‘미인도’를 뉴저지 리지필드팍의 멀티플렉스에 처음 올린 것을 신호탄으로 1년 6개월간 11편의 작품을 미국에서 상영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10전11기로 AMC체인 잡아
한류스타 권상우를 비롯, 김승우 차승원이 출연한 ‘포화속으로’는 한국전쟁 당시 목숨을 걸고 북한군과 맞선 71명의 학도병의 실화를 토대로 한 작품이다. 흥행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수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영화를 AMC에 배급한 제이 정(한국명 정재우) 대표가 이 길을 걷게 된 것은 유학중이던 2004년 우연히 미국 극장에서 ‘태극기 휘날리며’를 본 것이 계기가 됐다. “그때 극장에서 이런 영화를 미국에 계속 들여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간절한 생각이 들었어요. 피는 못속였던 모양이에요.”
영화는 정 대표의 집안 내력이다. 선친이 ‘씨받이(임권택 감독)’의 제작자로 잘 알려진 신한영화사의 정도환 대표다. ‘씨받이’는 주연배우 강수연에게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안겼고 임권택 감독도 세계적인 거장으로 발돋움하는 초석을 마련했다.
그는 한국 영화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관심도 없던 AMC의 체인을 잡기 위해 10전11기의 도전정신으로 오늘의 결실을 일굴 수 있었다. 지금까지 미국서 상영된 한국 영화는 예술극장 등 전용소극장에서 상영되거나 ‘디 워’처럼 미국 직배사가 일회성으로 배급하는 식이었다.
정 대표는 미국 극장의 주요 수익을 티켓 수입이 아니라 관객들이 소비하는 식음료라고 귀띔했다. 그는 “미국 극장은 티켓 수입을 영화사, 배급사와 나누고 유지비만 충당하는게 일반적이며 진짜 수입은 관객들이 소비하는 식음료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흥행대박을 터뜨린 ‘해운대’에서 스낵 수입이 뚝 떨어져 극장측이 당황했는데 이유는 주 관객이었던 한인들이 거의 사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제이 정 대표는 한국 영화가 상영되는 AMC 체인에 만두 등 한국식 스낵을 공급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