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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 외규장각도서 반환 EU조명진 박사 쓴소리 한몫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1-02-09 (수) 02:22:31

 

약탈된 외규장각 도서가 145년만에 반환되는 과정에서 한국 미디어의 기사가 프랑스 정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유럽연합(EU) 안보전문역 조명진 박사는 8일 글로벌웹진 ‘뉴스로’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최근 외규장각 도서를 정부간 합의문서로 사실상 영구반환을 하기로 한 배경에는 지난해 2월 한국의 민영통신사 뉴시스와의 인터뷰 기사가 영향을 준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조 박사는 지난해 2월 11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프랑스 법원이 외규장각 도서 반환소송에 대해 기각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 “국가간의 신의를 저버리고 국격을 떨어뜨리는 뻔뻔스러운 태도”라며 “약탈한 물건으로 돈을 버는 루브르박물관은 전리품 전시관으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조명진 박사는 이 인터뷰에서 “프랑스의 사르코지 정부가 2009년 12월 이집트의 유물을 돌려준 사례가 있음에도 이미 국가 정상간에 합의된 사항을 모른 척 하는 것은 한국을 우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와는 달리 독일은 일제시대에 수집한 정선의 ‘금강전도’를 2006년 조건없이 돌려준 사실을 언급하며 “영국의 대영박물관과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은 똑같이 남의 나라에서 약탈한 물건을 전시하지만 무료와 유료입장이라는 차이가 있다. 약탈한 물건으로 돈을 벌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면 이름을 전리품 전시관으로 불러야 마땅하다”고 힐난했다.

당시 인터뷰는 프랑스 한인 매체인 한 위클리에 보도됐고 현지 동포가 이 기사를 토대로 프랑스 정부에 항의를 했다는 것이다. 또한 번역된 기사가 프랑스의 정책 입안자들에게 정식으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명진 박사는 “루브르 박물관을 전리품 전시관으로 이름을 바꾸라고도 했지만, 히틀러도 프랑스 점령시 문화재를 약탈하지 않았고, 스탈린은 독일 점령시 가져간 문화재를 반환했다. ‘작금의 프랑스의 행태는 나치 독일과 공산 소련보다 못한 것이다’ 는 말을 듣는 순간 물마시다 체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1993년 미테랑 대통령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외규장각 도서반환을 양해각서로 약속하고도 도서관 국립사서들과 문화계 인사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반환에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2007년 문화연대가 프랑스정부에 반환소송을 제기했으나 프랑스 법원은 도서를 탈취한 병인양요 당시는 국제규범이 성립되기 전이며 약탈품이 아니라 전리품이라는 뻔뻔스러운 논리로 기각판결을 내려 국민적 공분을 자아냈다.

한편, 조 박사는 1993년 당시 김영삼 정부가 고속철 TGV를 도입하면서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과 외규장각 도서반환에 합의하면서 우리 정부가 허술한 대처를 한 것도 비판을 가했다. 그는 "프랑스가 어떤 나라인데 두루뭉술한 양해각서 하나만 믿고 TGV라는 어마어마한 사업권을 줄 수 있느냐? 반환하지 않을 경우 페널티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어야 했다. 국가간에 협약과 계약이 전세계약서보다 부실하다”고 꼬집었다.

조 박사가 당시 인터뷰에서 G-20회의때까지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예견한 것도 적중했다. 그는 “프랑스 정부가 계속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거부하기는 힘들다. 법적 조치와 함께 프랑스 대사관 앞 시위 등 강도높게 압박하면 G-20 전에 해결책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고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과 사르코지 대통령이 서울 G20 정상회의 때 반환에 최종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외 동포들도 기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뉴욕의 문화기획자 ‘오픈워크’ 한동신 대표는 “유럽 사정에 정통한 조명진 박사의 과감한 비판에 프랑스 정부가 가슴 뜨끔했을 것이다. 한국인으로서 뿌듯하고 대견한 일”이라고 반가워했다.

“외규장각 도서가 제 자리로 돌아온다고 하니 쓴소리를 낸 것에 보람을 느낀다”는 조 박사는 현재 유럽과 아시아 방위산업의 가교역할을 맡고 있으며 최근 저술한 ‘우리만 모르는 5년후 한국경제’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대중들의 큰 반향을 얻고 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약탈 문화재 반환 사례 많아” 프랑스 궤변 반박

조명진 박사가 지난해 2월 11일 뉴시스와 인터뷰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얼마전 루브르 박물관에 있던 이집트 고분벽화가 반환됐는데 어떻게 가능했나?

"대응자세의 차이다. 이집트 고대유물위원회는 프랑스 영국같은 식민제국주의 열강들이 약탈한 유물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프랑스 정부가 진척을 보이지 않자, 현재 이집트에서 활동중인 프랑스인의 발굴활동을 금지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천명했다. 당황한 프랑스 정부가 국립박물관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만장일치로 유물 반환을 건의했고, 프랑스 문화부가 이를 수용, 고대 이집트 유물 5점을 반환했다. 우리나라도 이집트처럼 강경수로 대응하지 않으면 계속 반환을 미룰 것이 뻔하다."

- 유럽 내에서 전리품으로 점령국 문화재를 약탈한 전례가 있는지?

"히틀러의 나치 독일은 1940년 파리를 점령했지만, 프랑스 유물들을 손대지 않았다. 소련이 1944년부터 베를린 동부를 점령해 페르가몬 박물관(Pergamon Museum)의 일부 유물을 모스크바로 가져갔지만 1958년에 돌려줬다. 전쟁의 승전국이나 점령군이라고 해서 남의 나라 문화재를 마음대로 약탈하지 않은 것이다. 작금의 프랑스의 행태는 나치 독일과 공산 소련보다 못한 것이다.

- 독일의 페르가몬 박물관 유물들도 약탈된 것은 아닌가?

"베를린에 있는 페르가몬 박물관의 하이라이트인 페르가몬 제단(the Pergamon Altar)은 대영박물관의 파르테논 신전과 루브르 박물관의 이집트 유물과는 달리, 프러시아의 발굴 요청에 따라 오토만 제국에서 1878년 허락한 것이다.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독일로 이송됐다는 얘기다. 특히 페르가몬 박물관에 있는 무샤타 궁전(Palace of Mshatta)은 오토만 제국의 술탄 하미드 2세가 1903년 프러시아 황제 빌헬름 2세에게 선물로 증정한 것이다.

- 약탈 문화재에 대해서 국제법상 제재조치나 항소 기구는 없나?

"아직 이 문제를 다루는 국제법 또는 국제기구는 없다. 유네스코 내에 유물반환 전담부서가 신설된다든지, 국제사법재판소에 유물반환 소송법정을 열든지 국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기구를 움직이는 사람들과 박물관을 책임지는 담당자들이 서로 아는 사이라 문제가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 프랑스는 외국 관광객이 한해 8000만명이나 다녀가는 세계 최대 관광국인데, 결국 남의 나라에서 약탈한 문화재를 통해 돈을 버는 셈 아닌가.

"그렇다. 영국의 대영박물관도 약탈 문화재가 있지만 입장시 돈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루브르 박물관은 유료입장이다. 남의 나라에서 약탈한 물건을 전시하면서 루브르는 돈을 벌고 있는 것을 보면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는 모양이다. 루브르와 같은 박물관들은 이름을 '전리품 전시관(Exhibition Hall of Trophies)'라고 개명하는 것이 전시품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싶다."

- 유럽에서 한국의 문화재가 반환된 전례가 있나?

"1925년 한국을 방문한 독일의 노르베르트 베버 오틸리엔 수도원장이 귀국할 때 국보 217호인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의 완성작 '금강전도'를 수집해 갔다. 이것이 2006년 반환됐다. 당시 독일은 한국에 아무 조건없이 이 화첩을 돌려주었다. 그런데 프랑스는 왜 안하나? 그것도 국가의 수반이 문서로 약속한 일을 말이다.

- 앞으로 반환문제는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나?

"프랑스 정부가 계속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거부하기는 힘들다. 문화연대와 같은 NGO들이 법적 조치와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는 등 강도높게 압박하면 올 G-20 전에 해결책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가지 지적할 것은 국립중앙도서관이나 서울대 규장각 등 41개의 학술기관,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226만 여점의 고문서 가운데 한글로 해독이 된 것은 0.04%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선현이 남긴 정신의 보고를 그저 보관만 하고 있을 뿐이다. 외규장각 도서가 반환되어도 활용되지 않고 보관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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