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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김연복 여사

글쓴이 : 뉴스로 날짜 : 2025-07-20 (일) 18:39:59

시 읽는 아침!

 

- 정대구 (1936~2025.7.18.)

 

내 마누라 김연복은 오 남매를 쑥쑥 낳아 길러낸 생산적인 여자

김연복은 여섯 살 땐가 일곱 살 때

아버지 그러니까 내 장인어른의 특명으로

난산의 어미 돼지 좁은 산도에,어린 조막손 밀어 넣어

오물오물 일곱 마리의 새끼돼지를 꺼낸 것을 기억한다

이런 일이 있은 뒤 그녀는 동네의 억센 머슴 녀석들과 어울려

녀석들이 못하는 거친 일도 척척 해내며 그들을 손아귀에 넣고 커갔다

이를테면 남자들도 못 드는 무거운 쌀가마니를 번쩍번쩍 들어 올린다든가

누구와 싸움이 붙어도 절대 지지 않는 그런 여장부로 야생마로 길들여진 김연복,

중매결혼으로 나에게 시집온 뒤에도 힘으로 군림하는 그녀에게

손에 흙 안 묻히는 일들은 일도 아니다 거지발싸개다

이를테면 내가 밤새워 쓰는 시 나부랭이는 휴지 쪼가리에 불과하고

내 혀를 갈아 입으로 벌어오는 돈은 돈 가치로 쳐주지도 않는다

그녀가 밭에서 일하여 얻는 연간 2백여만 원의 높고 귀한 가치에 비해

다달이 그 열 배도 더 되는 나의 퇴직연금(그녀가 몽땅 받아쓰니까 정확한 액수를 나는 모르지만)은 그 발꿈치에

묻은 흙만큼도 못한 적은 돈이다

김연복 여사는 비단옷보다 무명옷이 어울리는 여자

치마저고리도 양장도 아닌 작업바지가 어울리는 여자

그녀는 여인들 누구나 선호하는 도시생활을 마다하고

시골에다 손수 큼지막한 집을 지어놓고(내 마누라지만 대단하다)

지난여름 나를 끌어내린 것도 그녀다 고맙게도

통 큰 그녀의 몸빼바지 안에서 나는 편안하다 따뜻하다

그녀가 얹어 준 2층 사랑방에서 마누라 몰래 긴장하며(들키면 야단 맞는다)

이른 시각부터 김연복 여사를 컴퓨터에 올려놓고(글감을 준 그녀에게 감사하며)

또 열심히 되지도 않는 글을 써대는 비생산적인

나는 그녀 앞에서 언제나 졸장부다

 

그녀에게 아름다운 시 한 편 지어 바치지도 못하는 나는

 

2016년 6월 8일

문학의전당 간행,

정대구 시집 <위대한 김연복 여사>에서

2025년 7월 20일(음력 6월 26일)

일요일 "초복" 이른 아침에

삼가 임경일 묵송하다.

* 시인 정대구 선생님의

명복을 빌고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



 <사진 도서출판 파란하늘>


정대구 시인

1936년 경기 화성에서 태어나 1972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나의 친구 우철동씨>가 당선되면서 문단 활동을 시작한 정대구 시인이 18일 향년 89세로 소천했다. 고인은 송산중고, 서울 충암고 교사를 거쳐 명지대, 숭실대, 수원대, 성결대, 삼육대 등에 출강하다가 영산대학교(경남) 교수를 역임했다. 시집 『겨울 기도』 『무지리 사람들』 『양산시편』 『동네 한 바퀴』 『개구리의 꿈』 『아직도, 땡감』『만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난 그렇게 신통한 아이는 본 적이 없어요』 등을 발간했으며, 제20회 김삿갓문학상 본상을 수상(2024)한 바 있다. 첫 번째 시집 「나의 친구 우철동씨』(1976)을 통해 시인은 생활과 밀착된 참여적 시를 쓰는 것으로 평가 받았다. 시의 소재를 일상적인 사물과 성찰에서 발견하며 대체로 불행의식을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두 번째 시집 「겨울 기도(祈禱)』(1981)에서는 일상의 구체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삶에 내재한 슬픔과 소망의 양면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세 번째 시집 「무지리 사람들』(1986) 역시 평이하고 질박한 언어로 가난한 삶에 대해 때로는 건강하고 때로는 가벼운 필치로 정직하게 그려낸 시편들을 수록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출간한 시집으로는 「양산일기』(2007)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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