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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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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커 소설가

인공지능이 소설을 쓴다면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23-02-27 (월) 16:40:57

인공지능이 소설을 쓴다면

 


 

한 소설가(小說家)를 만났다. 트럭스탑에 마련된 테이블에 책들이 있길래 뭔가 싶어 살펴봤다. 초로(初老)의 사내가 다가오더니 자기 작품들이란다. 그는 11년 경력의 전직 트럭 드라이버였다. 4권의 트럭 드라이버 시리즈를 비롯해 그가 쓴 책은 10권이 넘었다. 그렇다면 중견 작가 아닌가. 그의 이름은 개리 베이커(Gary H. Baker)였다. 첫 작품은 2008년에 쓴 Rookie Truck Driver다. 오늘 킨들북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는 27달러에 책을 팔았다. 수익금 중 일부는 아동을 위한 기금으로 쓰인단다. 아마존에서 사면 더 싸지만, 좋은 목적으로 쓰이고 저자 사인도 받을 겸 책 한 권을 사기로 했다. 개리에게 추천해 달랬더니 내 취향(趣向)을 묻는다. 특별한 취향은 없지만 요즘은 SiFi를 즐겨 읽는다고 했더니, 그의 세 번째 소설인 Truck Dreams를 추천했다. 그는 첫 소설 이후 최근작까지 15년을 꾸준히 써 왔다. 첫 작품에 등장한 인물이 여러 작품을 거쳐 최근작에도 등장한다고 했다.

 

그의 책은 인쇄 상태나 제본 상태가 저렴했다. 자가 출판을 하느라 비용을 적게 들인 티가 났다. 그의 책은 아마존에서도 파는데 판매 순위가 매우 낮았다. 소설 집필만으로 생계가 해결될 것 같지 않았다.

 



내가 그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나도 소설로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몇 편 습작을 했지만 아이디어 단계에서 멈추거나 초반만 쓰다 말았다. 그러니까 아직 단편 소설 조차도 하나 완성한 게 없다. 나의 꿈이었던 영화 연출이나 연기를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글쓰기는 나의 창작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그런데 글쓰기가 너무 어렵다. 촬영과 배우의 연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지는 영화와 달리 소설은 그 자체로 나를 드러내기 때문에 마치 발가벗은 느낌이다. 부끄럽기도 하고 내 스스로도 만족스럽지 않다. 이거 너무 유치하잖아. 소설가는 참 대단한 존재다. 학교 다닐 때 문창과 수업이라도 좀 들을 걸 그랬다.

 

프라임 드라이버 중에도 소설가가 있다. 그는 운전 중 틈틈히 글을 써 세 권의 스릴러 소설을 출간했다. 음악을 작곡하는 사람도 있다. 환경이 어떻든 결국은 사람의 의지 문제다.

 

운전을 하다보면 약간 백일몽(白日夢) 비슷한 상태로 들어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흘려보내는 것도 많지만, 일부는 메모해 둔다.

 

공부할 것도 많고, 읽어야 할 책도 많은데 소설 창작까지 가능한가?

 

음성 인식 기술이 많이 발달해 잘 하면 운전 중에도 소설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역사상 최초의 운전 중 집필한 소설을 쓰는 건가? 대충 스토리를 써서 Chat-GPT에게 마무리 해 달라고 하면 될까? AI가 소설도 잘 쓴다는데.

하루 한 줄이라도 쓰다보면, 언젠가는 완성되어 있을까?



 


*************************************

챗GPT로 글쓰기, 창작인가 대필인가

 

집에 와서 ChatGPT를 본격적으로 사용해보니 훨씬 놀랍다.

 

장난처럼 동화 창작을 시켜봤는데 제법 잘 한다.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의 수정을 지시하니 군말 없이 다시 쓴다. 교훈도 있고, 심지어 유머도 있다.

 

수준을 높여 터미네이터와 블레이드 러너를 섞어서 무대가 듄 행성인 영화 스토리를 구상해 보라고 했더니, 이건 뭐 그냥 헐리웃 영화 수준이다. 내친 김에 첫 장면 시나리오를 써 보라고 했더니, 카메라 워킹에 지문에 인물의 대사까지 척척 써 낸다.

 

그 다음으로, 내가 생각하는 소설의 주요 인물 두 명을 알려주고 모험담을 써보라고 했더니 척척 쓴다. 결론과 교훈까지 포함해서.

 

한 번에 긴 글은 못 쓰지만 챕터 단위로 작업하면 하루면 소설 한 편 쓸 것 같다. 아니면 글 쓰다 전개가 막힐 때 물어볼 수 있겠다. 이런 상황인데 어떤 사건으로 풀어나가면 좋을까.

 

시를 쓰라면 시를 쓰고, 노래 가사를 쓰라면 가사를 쓴다. 도대체 어디까지 할 수 있는 것이냐? 사용법을 깊이 연구하면 못 할 일이 없겠다.

 

네가 알아서 이야기를 하나 만들어 보라니 등장인물과 줄거리를 생성했다. 이건 너의 창작물이니 아니면 다른 이의 창작물을 조합한 것이니?

 

창의력은 인간의 영역이라는 믿음이 산산히 깨지는 순간이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기던 순간보다 더 충격이다.

 

답은 명확하다. AI를 내 편 삼아야 한다. AI를 친구 삼아, 조수 삼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내가 ChatGPT에게 일일이 지시해서 소설 한 편이 나오면, 이건 나의 창작물인가, AI의 대필물인가?

AI가 미래며, 미래는 이미 여기에 와 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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