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었다. 이 사람에게 물어보면 이리 가라 하고 저 사람에게 물으면 저리 가라 한다. 지도에는 Palm Spring을 지나지 않고 Yucca Valley로 넘어가는 길이 있었는데 길이 막혔다. 날은 어두워지고 기운은 소진(消盡)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쩔쩔매는데 앞에서 커다란 동물이 눈에서 불을 켜고 어슬렁 거린다. 순간 코요테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살이 찌고 크다. 들짐승이 저렇게 살이 포동포동할 리는 없다 세파트 종류의 개이다. 약간 겁도 났지만 냉정을 유지하면서 같이 응시(凝視)를 하니 슬금슬금 자리를 피한다.
이제 유일한 길은 Palm Spring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길이다. 고속도로는 보행자가 들어설 수 없는 길이다. 10 마일 길, 이제 힘이 다 빠져서 걸으면 마일당 20분은 족히 걸릴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도 네 시간 가까이 더 가야한다. 나의 걸어온 거리와 행로를 GPS를 통해서 표시해주는 시계의 배터리도 다 되고 몸의 에너지도 다 방전(放電)되었다. 옆으로 쌩쌩 달리는 차소리가 공포감마저 준다. 새벽 6 시에 Richard씨 집에서 나와 새벽 2 시에 가까스로 모텔에 들었다. 손수레를 밀며 37 마일 길을 이동했으니 몸과 마음이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내비게이션과 구글 맵을 이용하여 한 참을 잘 따라왔는데 길이 없었다. 스마트폰의 지도 앱 몇 개를 씨름해도 하나는 왔던 길을 돌아서 높은 산을 올라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벌써 오래 전에 없어진 길로 안내를 한다. 세상에서 제일 빠르게 업데이트 한다는 구글 맵도 그럴진데 삶의 길은 안내하는 인생의 안내서라는 것들도 불완전하게 마련이다. 종교도 그렇고 철학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경제서들이 나와 있지만 그것이 나를 부자로 만들어 주지 못한다. 다만 필요한 것은 용기를 내서 도전해보고 실패를 해도 좌절하지 않는 것이다. 실패 없는 인생을 살았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런 창조적인 일도 하지 않은 것이다.
Palm Spring 모텔에서 느지막이 나와 점심식사를 하고 천천히 Yucca Valley로 출발하였다. 여기서 온천욕을 하는 호사(豪奢)를 누릴 수는 없었다. 처음에는 갓길이 넓어서 좋았는데 길은 갈수록 좁아져서 나중에는 갓길이 없다. 산 너머 지는 해는 금방 어둠으로 세상을 덮어버렸다. 해가 지면 날씨가 서늘해져서 달리기에는 좋았다. 그러나 갓길이 없는 길에서는 굉장히 위험했다. 경찰차가 다가와 오늘은 위험하니 모텔에 가서 쉬고 내일 아침 날이 밝으면 달리라고 한다. 모텔은 여기서 3 마일 정도 된다고 약도까지 그려준다. 한 4 마일쯤 약도를 따라 걷다가 모텔 불빛도 보이지 않는 사막이라 구글 맵을 찍어보니 거기서부터도 9 마일은 더 가야했다. 한나절 온 길을 고스란히 되돌아 가야 했다. 그 자리에 텐트를 치고 그냥 곤한 잠을 청했다.
다시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나 Yucca Valley로 향하는 거파른 언덕길 14 마일 길을 100 파운드가 넘는 짐을 밀며 올라간다. 다리도 아프고 손수레를 미는 손은 저려온다. 그러나 앞으로 이보다 더한 언덕을 수없이 만날 것이다.
길을 떠나니 내 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었을 원하는 지 극명하게 보인다. 가파른 언덕길을 짐을 밀면서 끝없이 오르는 그 길 위에 내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어른거려 눈물이 흐른다. 그전에 나는 내 사랑하는 사람들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어머니의 얼굴 아내의 얼굴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10 마일쯤 더 가서 29 Palms 에서 숙소를 정하고 샤워도 시원하게 하고 밀린 빨래도 해서 널어놓았는데 아침에 나와서 달리다 보니 빨래를 놓고 나왔다. 온 길을 되돌아갈 수가 없어서 빨래는 잃어버린 것이 되었다. 평소에 건망증(健忘症)이 심해서 조심하고 또 조심했는데 이런 낭패를 또 보았다. 내가 가지고 온 짐은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것들이어서 잃어버리면 큰일이 나고야 말기 때문이다. 옷이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