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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의 마라톤문학
저는 절대로 엘리트 마라토너가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으면 보통 마라토너는 다 할 수 있고 제가 못 해도 다른 마라토너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못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도 못하는 것이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을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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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한국일주마라톤 열한번째 편지
글쓴이 : 강명구 날짜 : 2015-10-25 (일) 13: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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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白沙場)에서 몇몇이 어울려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는 모습이 평화롭다. 그런데 어두운 밤바다를 향해 한 여인인 계속 절을 한다. 절도 천천히 하는 절이 아니라 치열한 절이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저렇게 절을 할까, 언제부터 저기서 절을 하고 있었을까. 맑은 하늘에 달은 반달이었고 별빛은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벤치에 앉아서 한참을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호기심 어린 눈동자로 그 여인의 절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피곤함이 몰려와서 텐트를 치고 안으로 들어가 누웠다. 누워서도 저 여인이 언제까지 절을 할까 생각하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자다가 소변을 누러 몇 번 깨었을 때에도 그 여인은 계속 절을 하고 있었다. 먼동이 트기 시작할 때 나도 눈이 떴다. 어제 울릉도에서 강릉항으로 다시 돌아와 남항진 해수욕장에다 텐트를 쳤다. 눈을 뜨고 나와 주위를 살펴보니 해변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평화롭다. 한 남자는 삼각대를 설치하고 해돋이를 촬영하게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고 한 여자는 아직도 절을 하고 있었다. 아직도 절의 속도가 치열(熾烈)하다. 나도 몇 시간 달리면 벌써 달리는 속도가 달라지는데 밤새도록 저렇게 치열하게 절을 하고도 막 지금 시작하는 사람처럼 치열하다.

이제 드디어 아침 해가 수평선 너머에서 빼꼼하게 눈만 내미는 모습이 보인다. 그 한 남자도 고기를 낚아채 듯 셔터를 눌러대고 한 여자의 절도 더 치열해진다. 마치 절정의 장면을 연출하는 무용수의 모습과 같았다. 드디어 수평선 위에 샛노란 해가 온전하게 얹혔고 드디어 한 남자는 그 장면 이후에 한 두 컷 더 찍고 자리를 떴지만 한 여자는 아직도 흩뜨러지지 않은 모습으로 계속 절을 하고 있었다.

절대로 행복에 겨운 사람이 저렇게 치열하게 절을 할 리가 없다. 아주 간절한 소망이 있거나 크나큰 슬픔에 잠겨있는 사람이라야 저런 초인적인 힘이 나올 것이다. 배고픈 것, 고퉁스런 것은 참어도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는 법인데 도저히 무슨 사연이 있는지 물어볼 짬이 없다. 혹여 치성(致誠)을 드리는데 부정을 탈까봐 끼어들 수가 없었다. 아침을 간단히 해먹고 자리를 뜨도록 한 여자는 계속 절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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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 동쪽에 정동진이 있다. 그리고 그 근처에 등명낙가사(燈明洛伽寺)가 있다. 절 입구의 나침반이 정 동쪽을 가리키는 걸보니 정동진보다 더 동쪽인 모양이다. 양양의 낙산사와 함께 이렇게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해수관음(海水觀音) 도량을 보면서 아침에 한 여자를 생각했다. 바다는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가져다주는 신앙적인 존재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절 입구에 약수터가 하나 있는데 무좀과 위장병에 효험이 있지만 철분이 많이 함유되어있으니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말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물 한 병을 받아왔다. 더 발걸음을 옮겨 정동진으로 가니 거기에는 모래시계 공원도 있고 유난히 젊은 대학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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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은 주말부부이다. 매제가 동해시에 근무를 하여서 오늘은 거기서 하룻밤 묵어가기로 했는데 여동생이 어머니를 모시로 함께 동해시로 와서 가족이 함께 상봉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저녁에 잠자리에 누워서도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을 가슴에 담은 가슴 벅찬 순간을 되새기며 또 한 여자가 아직도 절을 하고 있을 까 궁금해졌다. 아마 그 여자가 조금만 내게 관심을 가졌다면 저 남자는 왜 저렇게 끊임없이 달릴까 궁금해 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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