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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절대로 엘리트 마라토너가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으면 보통 마라토너는 다 할 수 있고 제가 못 해도 다른 마라토너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못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도 못하는 것이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을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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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와 바람의 걸작 황태덕장을 지나다

한국일주마라톤 여섯번째 편지
글쓴이 : 강명구 날짜 : 2015-10-16 (금) 13:59:18



 

양구에서 인제 원통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광치령이 있다. 광치령을 넘는 길을 가파르다. 크고 작은 산봉우리로 이어져 첩첩산중을 이루고 있는 광치령을 다시 큰 숨을 몰아쉬며 오른다. 아침이슬에 젖은 솔향기가 거친 숨을 타고 속 깊은 곳까지 파고 든다. 오전 9시 식물들도 한참 활력이 넘칠 때가 이 시간이다. 소나무가 날숨을 내쉬면 나는 들숨을 들이 쉬고 내가 내쉬면 소나무가 내 숨을 들이 쉰다. 나는 솔향기를 맡으려 상큼한 하루를 열어가고 소나무는 내 숨을 들이쉬면 햇살을 받아 광합성작용을 한다. 오후에 힘이 떨어졌을 때 이런 고개를 손수레를 밀고 넘어가려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아침 활력이 넘칠 떼 산을 오르니 그래도 오를 만 하다.

새벽에 펜션을 나서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따라 나와 묵은지라도 싸줄까 하고 묻는다. 김치는 아직 남았다고 사양하니 먼 길을 가는 내가 안쓰러운지 그냥 보내지 않고 앵두토마토를 한 봉지 들고 나와 챙겨주신다. 안양에서 살다가 은퇴(隱退)를 하고 귀농해서 펜션을 운영한다고 한다.

고개를 넘으니 광치계곡 물이 맑고 흐르는 물소리도 청아하게 들려오고 개미 산골마을에는 돌탑을 기어오르는 개미 형상과 메뚜기 그리고 대형 지게를 조형물로 꾸며놓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눈길을 머물게 하는 마을이 있다. 다시 개울을 따라 조금 더 가니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아이고 원통해라’ 군생활할 때 많이 듣던 그 유명한 곳이다. 향로봉, 응봉산 등이 다 이 지역에 있다.

소양강을 따라 미시령 쪽으로 계속 행군을 한다. 계곡에서 점심을 해먹는데 중년의 부부가 옆에다 자리를 잡아서 자연스럽게 합석을 하게 되었다. 밥은 얻어먹고 찌개만 끊였다. 맥주도 한 병 권하기에 거절하다 목이 마르다는 핑계로 쭉 들이마셨다. 시원한 계곡에서 맥주가 한잔 들어가니 더 없이 좋았다. 이제 북천을 따라 십이선녀탕도 지나고 만해기념관도 지나고 백담사 입구도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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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령 바람길 한가운데는 용대리 황태덕장이 유명하다. 이 지역은 해발고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눈도 많이 오고 서풍이 산을 타고 동쪽으로 빠져나가는 길목이라 황태 만들기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한다. 바람이 잘 통해야 명태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황태로 거듭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눈과 바람과 기온의 세 가지 조건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아서 가장 쫄깃쫄깃하고 질 좋은 황태가 된다는 것이다. 추위와 바람이 만들어낸 걸작(傑作)이 바로 황태가 되는 것이다. 나도 쫄깃쫄깃한 맛을 내며 살고 싶다. 과연 나 ‘명구’는 이 고진 여행을 통해서 ‘황구’로 거듭날 수 있을 까.

내설악의 관문 북면을 지난다. 예전에 아주 예전에는 내설악은 달나라와 같이 신비하고 범접하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 아폴로 11호가 달나라에 착륙하고도 한동안은 그랬었다. 설악산 휴게소에는 주말이라 관광버스가 여러 대 주차해 있었다. 이제부터 다시 가파른 오르막이다. 더 올라서 오늘은 미시령 터널 앞에서 야영(野營)을 할 것이다. 밤 기온이 쌀쌀하지만 내설악은 내게 아직도 신비스런 땅이다. 오늘 이곳을 지나면 언제 이곳을 찾아 야영을 하게 될지 알 수가 없다. 이 대지 위에 등을 대고 누우면 뭔가 신비스런 기운이 차가운 새벽 공기가 살갗을 파고 들 듯이 내 몸으로 스며들 것 같다. 그 기운을 받아야 나도 황태처럼 쫄깃쫄깃한 맛을 내며 살아갈 것 같다.

밤하늘이 맑았다. 맑은 밤하늘에 초승달이 애처롭게 빛난다. 저 눈썹 같은 달이 부풀어 올라 보름달이 되면 추석(秋夕)이다. 26 년 만에 귀국해서 첫 추석에 할머니 산소에도 못가고 이러고 돌아다닌다. 외국에 나가 사는 동안 돌아가신 작은아버지들 산소에도 못 간다. 황태 같은 맛을 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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