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각 바로 전의 마을 이름은 마정리이다. 말 우물 마을이다.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고 고된 말에게 물을 마시게 하고 쉬게 하였다가 다시 북으로 남으로 발길을 옮겼을 그런 마을이다. 나도 일산을 출발하여 금촌을 지나 문산을 거쳐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고 목이 말라 큰 물 한 병을 다 비웠다. 임진각에 도착하니 벌써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였다.
임진강역을 지나니 임진각 탑이 보이고 왼쪽으로 어린이들은 위한 테마공원이 있고 오른쪽으로 평화누리 공원이 있다. 조금 더 들어가니 왼쪽으로 6.25 참전 기념비가 있고 그 언덕 위에 평화의 종각이 있다 그 뒤로 철책이 쳐져있고 초소에 군인들이 보초(步哨)를 서고 있다. 초소 너머로 슬픈 임진강이 흐르고 있었다. 왼쪽으로 더 가니 ‘철마는 달리고 싶다.’의 주인공이 녹슨 채 서있었다. 철마도 달리고 싶겠지만 나는 더 달리고 싶다! 더 달리고 싶어 미치겠다.
미국에서 체로키 인디언들이 백인들에게 고향을 빼앗기고 피눈물을 흘리며 걸어갔다는 ‘The trail of tear’도 달려봤지만 통일로만큼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멍을 들게 하고 70년이라는 긴 세월 왕래를 할 수 없는 길을 없을 것이다. 그 피멍 든 가슴을 부여안고 살아간 많은 사람들이 생을 마쳤어도 남북의 위정자들은 이산가족의 만남을 복권 추첨하듯이 추첨을 하여 생색내며 몇 사람 만나게 한다. 이제라도 모든 이산가족을 한꺼번에 다 만나게 하여 함께 손을 잡고 강강수월래라도 부르며 빙글빙글 돌아가는 민족최고의 축제를 마련하여야한다.
임진각으로 들어오기 전 4 km, 여우고개 근처에 여관도 있고 식당도 있는 것을 보고 들어왔지만 오늘은 6.25 참전 기념비 옆에서 김치찌개를 끊여 먹으며 노숙(露宿)을 하면서 내 할머니와 그 아들 오형제의 실향의 한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싶었다.
서울의 외곽 도시는 거대한 아파트와 논과 밭이 이상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참 평화스럽다. 평화로운 들녘이다. 하얀 두루미 몇 마리가 임진강 위에서 평화롭게 날아다니고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는 할머니의 검은 주름조차도 평화롭다. 심지어는 군용트럭을 타고 이동하는 병사들의 표정도 평화롭다. 그런데 이 평화가 온전한 평화가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분단 70 년 동안 일 년에도 몇 번씩 목함지뢰 사건과 비슷한 일로 아수라(阿修羅)를 겪어야 한다.
달리기가 몸에 좋은 것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온몸에 좋은 피를 공급하여 면역력을 높여주어 모든 질병을 예방내지 치유까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감기에 걸리면 감기를 고치려고 하고 위장에 문제가 생기면 위장을 고치려하고 혈압이 높으면 혈압을 내리려고 하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건강하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지세포에 매달리다가 줄기세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을 얼마 되지 않는다.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점은 결국 분단이 가져다준 기형적인 모순(矛盾)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통일이 우리가 안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임에 틀림없다. 그러므로 통일이라는 화두는 남북한 모든 시민들의 마음과 일상생활로 끌어내 뿌리를 내리게 하여야 한다. 통일은 정부에만 맡겨둘 문제가 아니라 보통 시민들의 마음속에서 통일에 대한 열망이 불타오르게 하여야 한다. 가슴에 굳게 잠긴 빗장을 열어젖히고 용서의 어진 언어와 화해의 큰 귀를 열어야한다.
우리는 남을 도와주는 일에는 인색하면서 쓸데없는 낭비를 일삼으며 살아가고 있다. 낭비 중에도 가장 큰 낭비가 바로 분열과 미움이다. 분열과 미움으로 인해 정열을 낭비하고 감정을 안비하고 시간을 낭비하고 급기야는 파괴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싸움이 되기도 하고 전쟁이 되기도 한다. 미움과 증오 분열로 인한 지출을 어떻게 산출해야 하는지 도무지 셈에는 약한 내가 알 수는 없지만 우리가 서로의 다른 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화합하고 협력할 때 생기는 생산성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섭섭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에라도 피해가기는 해도 분쟁으로 몰고 가지 않으려고 마음을 추스른다. 우리는 분쟁과 미움의 비용을 너무 크게 지불하고 있다. 갈등과 분열에 낭비되는 감정에너지를 모아 힘을 합하여 나가면 새로운 세기의 선두에 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