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의 금빛 동상 위로에 앉아있는 고추잠자리의 날개 위로 아직 여름이 채 가시지 않은 뜨거운 햇살이 튕겨나와 내 눈을 부시게 만든다. 아련한 풋사랑의 추억과 푸르러야할 젊은 시절 뿌연 최루(催淚) 연기의 기억으로 가득 찬 광화문 광장에 중년 청춘에 다시 섰다. 희망을 이야기하고 화합을 이야기하고 평화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다시 섰다. 모하비사막을 달리며 지펴온 희망의 불씨를 두 다리로 달리면서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두 다리로 달리며 불씨를 키워보겠다. 나는 미대륙횡단 마라톤을 하며 달리기가 웅변보다도 더 호소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목청에 힘을 주어 말하는 대신 두 다리에 힘을 주어 달리면서 사람들과 더 호소력 있게 소통을 할 수 있다는 하늘의 비밀을 하나 더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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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으로 런너스 클럽 회원들이 약 40명, 남양주 마라톤 클럽 회원들이 10명 이번에 나의 경비를 후원하는 성결대학 관계자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분들 그리고 어머니와 작은아버지까지 오셔서 환송을 하여주셨다. 모두 합쳐서 70여 명이 몰려들자 경찰들이 잔뜩 긴장하는 표정이었지만 민주경찰의 성숙한 모습으로 행사를 끝까지 지켜봐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성결대학의 유천형 교수님은 축사를 통해 나의 도전이 희망을 잃은 대학생들에게 58 세의 나이에도 어려움과 고통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주어 후원을 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아무쪼록 건강하게 무사완주를 하게 기도를 하여주셨다. 그리고는 함께 모인 모든 사람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할 때는 감격의 눈시울이 적셔지기도 했다.
오후 3시 정각에 우리들은 독립문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광화문 앞에서는 수문장(守門將) 교대식이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한 40명이 사직로를 달려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은행나무 가로수가 정겹고 소나무가 정겹다. 사직공원을 지나서 독립문에서 진정한 독립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분단의 상황을 극복하지 않는 한 우리는 진정한 독립이라 말할 수 없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서 헤어지고 아홉 명만 남아서 오늘 일정을 끝까지 함께 하여주었다. 그 중에서도 이해영님은 나이가 80이시라고 한다. 80이 넘어서도 오늘 광화문에서부터 일산까지 23 km를 같이 뛰어주셨다. 일행보다 약간 속도는 느렸지만 그 연세에도 함께 하여주시니 너무 감격스럽다.
인왕산을 바라보며 불광동을 지나 첫 경유지인 일산으로 향했다. 길거리의 사람들은 활력이 넘쳤다. 인도로 달려가는 우리들은 인파(人波)에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은평구를 지나 교외로 빠지자 큰 아파트단지와 이제 막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들녘이 이상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오늘 끝까지 같이하여주신 박문수 목사님, 지민경, 심상희, 도청진, 최종혁, 홍두환, 강덕원님 모두에게 네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일정은 오후 6시가 조금 넘어서 끝났는데 삼겹살집에 들어가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옆에 있는 두부집에 들어가자고 했지만 내가 언제 삼겹살집에 들어가 삼겹살을 구워먹을지 알 수가 없어서 그렇게 하자고 하였다. 혼자 여행을 하면서 고기집에 들어가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첫날은 사촌동생 집에서 마무리를 했다.
26 년간 나가살던 나를 끌어들인 힘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이 땅의 모든 떨림과 만나고 올 것이다. 떨림과 끌림 사이에는 알 수 없는 다리가 있는 것이 확실하다. 나는 봄비가 내려 금방 모내기가 끝난 논에서 여린 모들과 어울린 논물의 떨림을 잊을 수가 없다. 황금빛 들녘을 나는 잠자리 날개의 떨림, 나의 가슴 깊은 곳에서 시작되는 떨림의 근원과 만나고 오겠다. 그리고 혹시 기회가 되면 월드컵 때 우리를 그렇게 하나로 묶었던 그 떨림보다 더 큰 떨림을 재현할 수 없는지 사유(思惟)하고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