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n Arrow에서 Winslow까지 길은 34마일(약 54km) 길이다. 하루 평균 26 마일을 목표로 했는데 34 마일은 사실 먼 길이다. 무리를 해서 이렇게 일정을 잡은 것은 중간에 숙박(宿泊)할 곳이 마땅치 않고 식량도 보충(補充)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어떨 때에는 몸과 마음이 가볍고 활력이 넘쳐 세상에 무슨 일이라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고, 어떨 때는 너무 나약해서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몸에 활력이 넘친다. 가볍게 발걸음이 옮겨진다. 오랜만에 기분 좋은 속도로 달려본다. 28 마일까지 잘 나가다 지난번에 이상이 있었던 무릎관절이 다시 저려온다. 거기다 손수레의 타이어가 두 번이나 떠진다. 또 다른 긴 하루였다.
때론 견디지 못 할만큼 아플 때가 있고 때론 견딜만큼 아플 때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견디지 못 할만큼 아플 때도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고 포기하는 것일 뿐 견디지 못 할 고통은 아니다. 잘 나갈 때 속도 조절을 해야하는 줄 알면서도 늘 그것이 잘 안 된다. 잘 나갈 때 끝없이 잘 나갈 줄 알고 내닫다가 항상 일을 그르치고 만다. 아마 나는 다음에도 또 이런 실수를 반복하면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고치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말이다. 다리에 고통이 오자 속도를 확 줄이고 천천히 달린다. 고통과 불편함을 벗삼아 달리는 이 시간이 싫지 않은 것은 마음이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라톤은 제초제(除草劑) 같은 역할을 한다. 끝없이 밀려오는 고통을 이겨내고 나면 우리의 마음 속에 잡초와 같은 감정인 미움과 우울증 분노 폭력 상실감 같은 것을 제거할 수 있다.
지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자신과의 결투(決鬪)에서 힘내세요.’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내 자신과 싸우거나 결투를 벌이기 위해서 길을 떠난 것이 아니라 자신과 화해하고 반성하기 위한 나만의 오롯한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길을 나섰다. 스스로에게 화가 나고 어떨 때는 분노가 느껴질 때도 있었고 억울할 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자신과의 싸움이나 결투를 해서 극복할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제일 사랑스로운 존재가 자신이기 때문이다. 싸움이나 결투는 둘 중의 하나 무릎을 꿇어야하는 처연함이 있다. 그러나 화해를 하면 모두 다 평화와 평안을 누린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끝없이 경쟁하고 살다가 자신이 무얼 느끼는 지, 무얼 좋아하는 지 찾아 나서는 길, 자신과의 화해를 통해서 진정한 마음의 평화와 평안을 구하는 길이다.
Winslow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마켓에 갔더니 아주 두꺼운 튜브가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거기에 튜브를 보호하는 타이어와 튜브 사이에 넣는 두꺼운 테이프 같은 것까지 발견했으니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동안 사실 내 발보다 우리 당나귀 발이 더 속을 썩여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제 당분간 당나귀 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다음 목적지 Holbrook까지는 또 34 마일 거리이다. 어제 그렇게 가볍던 몸이 오늘은 천근만근이다. 이럴 때도 나를 움직이는 힘은 마음의 긴장이다. 이 긴장이 풀리면 로보트에 나사가 풀리면 무너지 이 무너져 내리고 말 것이다. 다리에 부상(負傷)이 오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해서 22 마일 정도 오니 Joseph City라는 도시가 있어 들어갔더니 숙박시설은 없고 RV Park만 있어서 들어가 텐트를 치겠다고 허락을 맡았다. 영하의 날씨에 밖에서 자느니 창고에서 자도 되느냐고 부탁을 하니 그렇게 하라고 한다. 이 동네에서 fk마라는 동물을 처음 보았는데 모양은 양과 말 중간처럼 생겼고 소처럼 일을 부려먹기도 하고 고기를 먹기도 한다고 한다.
오늘 밤 비바람 막아줄 공간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지 모르겠다. 마음이 가난해지니 발 닿는 곳마다 천국이다. 나를 찾아서 길을 나서서 나와의 화해를 모색하는 이 가난한 시간에 남의 집 창고에서도 평화와 평안이 넘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