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만에 뉴욕에 왔어요
6개월만에 뉴욕에 돌아왔습니다. 뉴욕에 이주한 이래 한국서 이렇게 오래 머물기는 처음입니다. 지난해 12월초 첫 방북기 <평양여자 서울남자 길을묻다>를 출간하고 주요 도시에서 방북 강연을 계획했는데 해가 지나도 끝나지 않는 코로나사태로 겨울을 허송(?)하고 말았네요.
지난 겨울 비전향장기수 박종린선생님이 60년간 그리던 북녘 고향을 못가고 백일됐을 때 헤어진 딸의 얼굴도 못보고 끝내 돌아가신 것은 제 가슴에 아픈 멍울로 남아있습니다. 2월엔 영원한 불쌈꾼 백기완선생님의 별세와 원로 통일운동가 정경모 선생님이 일본 동경에서 97세로 돌아가시고 뒤이어 1980년 광주민주항쟁당시 가두방송을 이끌어 ‘광주의 목소리’로 불린 전옥주(72) 여사의 안타까운 타계도 들려왔습니다.
지금 이글을 쓰는 동안에도 평생 독재와 민주화운동을 후원하신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님의 부음을 접하는 등 올해는 유난히 시대의 상징과도 같은 분들이 많이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픕니다. 그럴수록 남아있는 우리들이 더 좋은 통일 세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다잡아 봅니다.
한편으로 낙성대 만남의 집에서 기거하는 비전향장기수 선생님들을 여러번 뵙고 광화문 미대사관앞에서 매일 전개되는 ‘아메리카NO’ 국제평화행동 취재도 하는 등 의미있는 일정들도 많았습니다.
특히 사상과 이념이 다르다고 해서 30~40년 옥중 생활을 하며 끔찍한 고문 탄압(拷問 彈壓)을 받고 출소후에도 보안관찰 등 감시속에 갖은 고생을 하면서 가족이 있는 북녘 고향을 그리는 박희성 선생님 등 장기수 어르신들과의 추억을 남긴 것은 가장 뜻깊은 일이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도 기회가 되신다면 낙성대 양심수 후원회와 후원도 해주시고 언제든 문이 열려 있는 만남의 집(낙성대역에서 걸어서 3분)도 찾아 장기수 선생님들이 살아온 곡절많은 인생도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뉴욕행 비행기는 3월 31일. 그런데 해가 바뀌면서 좀 귀찮은 일이 생겼습니다. 미국에 갈 때도 PCR음성확인서 제출이 의무화됐거든요. 항공기 탑승전 음성확인을 받아야 해서 어느 병원에서 가능한지 조사를 했더니(항공사 홈페이지에 안내돼 있구요. 사전에 전화로 확인하는게 좋습니다) 사는 지역 3곳에서 영문 음성확인서가 가능했습니다.
비용은 병원마다 조금씩 다른데 12만원에서 18만원까지 하더군요. 근데 주의해야 할 것이 72시간내 규정인데요. 보통 탑승일 2~3일전에 하면 하루만에 발급이 되니 필요한 분들은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검사받을때와 회수할 때 여권이 필요합니다. 저는 검사받는날 신분증만 갖고 갔다가 전화로 여권내용을 전송받아서 보여주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미국에 입국시 또한가지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있는데 Health Form입니다. 저는 뉴욕주라서 항공사 웹사이트에 안내된 링크를 클릭하여 온라인 작성을 했습니다. 온라인 작성을 안한 분은 출국일 항공사 카운터에서 직접 양식에 기입해도 되는데 시간을 절약하려면 온라인으로 하는게 좋습니다.

인천공항 출국장엔 6개월 전보다 승객들이 많았습니다. 전엔 바로 체크인 카운터에 갔는데 30~40명 줄을 서서 15분 정도 기다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불편함보다는 조금씩 정상이 되는 것 같아 반가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비행기를 타보니 한줄(3-3-3석)에 2~3명 정도로 좌석 점유율은 30%에 불과했습니다. 20%를 밑돈 그전보다는 조금 늘어난 셈이지만 여전히 여유롭습니다.

한때는 인천-뉴욕간 초대형 점보기(대한항공)가 하루 두차례 운항이 됐는데 지금은 중형급 항공기로 줄여서 하루 한차례 운항하면서도 대부분 비어가니 항공사 입장에서 날마다 만석(滿席)이던 호시절이 언제였는지 가뭇없네요.

약 열네시간의 여정을 마치고 존에프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가 가벼워서일까요.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습니다. ^^ 게이트를 막 통과하는데 뭔가 검사를 하네요. 뉴욕 공항 직원이 PCR음성확인서를 여권과 대조하고 있습니다.
원래 PCR음성확인서는 한국서 출국 수속을 할 때 체크인카운터에서 검사하고 더 이상 안한다고 들었는데 도착후에도 하길래 조금 강화됐다 싶었습니다. 알고보니 모든 항공기를 다 하는건 아니고 이날 랜덤(무작위)으로 했다더군요. 이 확인작업 말고는 PCR확인서를 제출하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입국 수속라인에 서니 자동 키오스크 머신들이 전부 ‘고장(out of order)’ 안내판이 걸려있습니다. 수십대의 키오스크가 죄다 고장난 것 같지는 않은데 아마도 출입국관리들이 꼼꼼이 보기 위해서 종전처럼 줄을 세우는 것 같았습니다.
키오스크 머신으로는 세관신고도 가능했는데 이번엔 출입국 관리가 한꺼번에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또한가지 달라진 것은 전엔 입국심사대에서 홍체인식과 손가락 지문 인식을 했는데 이번엔 홍체인식만 하더군요. 승객들이 많지 않았고 묻는 내용도 ‘한국에서 얼마나 머물렀냐?’ ‘왜 갔냐?’ ‘현금은 얼마나 소지했냐?’ ‘선물로 가져온 것들 있냐?’ 딱 네가지여서 간단히 통과했습니다.

짐을 찾고 입국장에 들어서는데 군복을 입은 3명이 앞에서 뭔가를 회수합니다. 한국에서도 군인들이 입국 수속을 돕는데 여기도 군인들이 일을 하네 하면서 들여다보니 뉴욕주 Health Form을 받고 있더군요. 온라인으로 했다고 말하니 ‘오케이~’ 하고 통과했습니다. ^^
요즘 미국은 코로나 상황이 많이 개선되어 뉴욕주의 경우 국내 여행자들은 더 이상 격리를 의무화하지 않습니다. (격리를 요구할때도 강제는 아니어서 위치추적 앱을 까는 일도 없었구요) 올들어 해외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에 주의를 기울이는 상황인데 예상과는 달리 ‘2주 격리’ 요구는 일체 없었습니다. 이미 모든 입국자들이 72시간내 PCR음성확인서를 제출했고 온라인 Health Form 작성기 코로나관련 체크 문진에 답했기 때문에 구태여 증세도 없는 승객들을 2주격리 할 필요가 없다는 미국식 합리주의(?)가 작용한게 아닐까요.

여하튼 6개월만에 돌아온 미국/뉴욕은 사람들 표정이 한결 여유롭습니다. 그 사이 코로나백신 주사를 무려 1억명이 접종했고 4월안에 2억명 돌파가 예상됩니다. 그때쯤 미국 인구의 65%가 백신을 맞게되니 사실상 집단면역체계가 이뤄지는 셈입니다.
한때 코로나팬데믹으로 공포에 질렸던 영국이 현재 65%를 돌파해 정상생활에 한층 다가갔다고 보도되는데 미국도 5월이면 예전 모습을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리나라도 빨리 정상화의 길로 가기를 바랍니다. 코로나19를 경계는 해야겠지만 지난 1년여간 온 세계가 난리를 칠만큼 가공할 역병(疫病)은 아니라는게 이미 입증(立證)이 됐습니다.
날마다 집계되는 코로나 상황판에 따르면 전세계 확진자의 평균치명률은 여전히 2%대(2.18%)에 불과합니다. 확진이 되더라도 100명중 98명은 탈없이 낫는다는 뜻입니다. 치명률도 낮겠다, 백신도 있겠다, 이젠 여유를 가져야 할 때입니다. 각국 정부도 지나친 ‘공포 마케팅’ 대신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하루빨리 조성해야 할 것입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no